"형 잘 대들더라." "……." "아까 담배 핀 거 형이지?" 형은 대답을 않았다. 말 하지 않아도 답은 뻔했기에 굳이 되묻지는 않았다. 반을 시끌벅적하게 만들었던 담배 사건은 박찬열이라는 희생자를 낳은 채로 애매하게 끝나버렸다. 아, 뭐. 애초에 범인이 형이었으니 희생자라 칭하기도 뭣하긴 하다만. 소름끼치는 정적만이 가득하던 교실에서 한참이나 생각을 정리하던 선생님이 한숨을 내쉬더니 다들 할 일 하라며 반을 나서셨다. 내게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괜히 더 신경쓰고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더 이상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었으니 이 점 하나는 마음에 들었다. 나는 종이 치자마자 급하게 화장실로 향했다. 형을 찾기 위해서였다. 또 담배를 피고 있겠지. …말도 안 되고 무서운 생각들이나 하면서. 화장실에 다다라..
예전에도 잠깐 썼었던…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 몸도 마음도 아픈 고등학생 찬녈×찬녈 주치의 배켠으로 백열이요. 근데 점점 배켠이 찬녈 마음의 문 열고 사랑도 하게 되겠져. 헉 나 너무 클리셰만 좋아해서 탈이야 배켠이는 이 병원에 처음 발령받았고 찬녈이는 어릴 때부터 계속 1인실에 입원해있었겠죠. 약한 몸 덕에 학교도 제대로 다녀본 적 없어. 중학교는 다니다가 그만뒀다. 그 후로는 계속 병원에서 살았지. 그래서 누구에게나 마음을 꽉 닫고 살았어. 언제나 공허한 눈을 하고있다. 쨋든 배켠이가 찬녈이 주치의로 발령나고 동료 의사쌤들 전부 걱정하겠지. -찬녈이 걔랑 말 한마디 하기도 힘들 걸요? -아…그래요? -네. 애가 정말 시체같이…어후, 수고해요 변쌤. 배켠이도 동료쌤들이 하도 수고하라고 힘들 거라..
Written by. Ae zzi "어, 물이라도 좀 챙겨마시고. 안 갔어. 집이라니까? 그래. 어, 그래. 이따보자." 난 공부에 관심이 없다. 그래서 야간 자습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찬열은 나와 정반대였다. 야자로는 모자란 건지 열 두시까지 이어지는 심자마저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공부할 게 있나 싶었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전교 일 등을 해도 박찬열의 엄마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박찬열이 열 두시까지 공부하는 동안 나는 친구들과 놀거나 집으로 가서 자곤했다. 그리고 열 두시가 되면 박찬열을 데리러 다시 학교로 향했다.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댄데 혼자 밤에 다니고 그러면 안 된다. 특히나 박찬열은 약하기 때문에 더더욱. 내 걱정을 하는 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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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왜 전화를 안 받아. 어느새 안내 음성으로 넘어가버린 연결음에 종료 버튼을 틱틱 누르고는 휴대폰을 교복 주머니 속에 아무렇게나 쑤셔넣었다. 학교를 오면 온다 안 오면 안 온다 얘기를 해줘야 할 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거 뻔히 알면서 왜이래. 짜증에 짜증을 내며 작게 욕을 뇌까리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무거운 걸음에 짜증이 가득 담겨있다. 8월의 여름은 덥다. 땀에 젖은 티셔츠의 끝자락을 잡고 펄럭대도 더위는 가실줄을 몰랐다. 올 여름 덥다더니 진짜 덥네. 이러다가 더위 먹는 거 아닌가 몰라. 턱을 타고 흐르던 땀이 턱 끝에 메달리다 결국 톡 하고 떨어진다. 대충 손으로 닦아내고는 교실 문을 열었다. 진짜 쪄죽는 건 아닐까. 하는 영양가..
카페인 이전 글과 이어집니다. Written by. AE ZZI 백은 주먹을 꽉 쥐었다. 현이 그 꼴을 보고는 웃음을 탁 터뜨린다. 여유로운 척이란 척은 다 하더니 그런 것만은 또 아니었나보네. "형도 잘 알지. 나 뭐 뺏기는 거 되게 싫어하잖아. 그게 물건이든 사람이든." "뺏기는 게 싫으면 잘 간수 했어야지." "애초에 뺏질 말았어야지." "……." "형도 알고 있었잖아? 내가 눈독들이고 있었단 거." "……." "형은 옛날부터 그게 좆같았어. 뭐든 나한테 안 주려고 악을 썼잖아." "…글쎄." "이번엔 내가 가질게. 그래도 되지? 형." 백은 대답을 않았다. 하지만 현은 여유로웠다. 조금씩 떨리는 형의 손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내 현은 찬열이 가져온 커피 한 잔을 받아들고는 자신의 방으로 향..
Written by. Ae zzi 이 (별 거 아닌) 글을 찬란(@0461_BY)님께 바칩니다. 현은 눈이 뒤집어지는 기분이었다. 며칠 전 아버지께서 데려온 도우미 하나가 계속 눈에 밟혀 언젠가는 내 걸로 만들 것이다 다짐했다. 그래, 그랬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그 도우미는 어느 순간부터 백의 근처에서 맴돌더라. 물론 그 도우미의 자발적인 행동은 아닐 것이다. 현은 저와 똑 닮은 백의 취향을 다 알고 있었다. 백도 저 도우미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겠지. 그러니까, 커다란 눈을 하고 말갛게 웃는 박찬열이. 하, 변백 이거 선수도 칠 줄 아네? 멀리서 백이 찬열과 노닥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던 현은 예의 그 화난 듯한 표정을 지으며 2층으로 올라갔다. 짜증이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다. 끓어오르는 소유욕도 어찌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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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ASH "또 너냐?" "그러게. 나도 짜증난다." "타라. 문 닫기겠다." 피곤한 아침이다.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늘 그렇듯 변백현의 얼굴이 보인다. 가만히 그 얼굴을 바라보고만 있자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은 변백현이 또 너냐? 하고 말을 던진다. 변백현은 나를 좋아했다. 아침마다 내가 탈 때까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주제에 우연인 척 짜증내는 게 우스워 그러게. 나도 짜증난다. 하고 장단을 맞춰줬다. 그러자 내 손목을 잡아 엘리베이터 안으로 잡아끌며 타라. 문 닫기겠다. 하는 변백현이다. 말은 툭툭 내뱉었지만 잡아당기는 그 손길이 퍽 다정해 웃음이 나왔다. 변백현은 자신이 날 기다린다는 사실을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 생각은 한참 틀렸다. 티를 내질 말든가. "..
Written by. ASH 어릴 적 내 주위 사람들은 나보고 효자라고 했다. 손목에 검정색 봉지를 걸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 볼 때마다 심청이도 울고 갈 효자라며 나를 칭찬했다. 어머~ 우리 찬열이 심부름하니~? 어쩜 이렇게 착할까~ 나는 그 칭찬들에 어색한 웃음으로 일관했다. 내 상황이 어떠한 지 하나도 알지 못 하면서 깔깔대는 것이 역겨웠다. 심청이. 뭐, 좋다. 근데 심청이랑 나는 마음 먹은 것부터 달랐다. 걘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졌지만, 난 그럴 생각이 병아리 눈물 만큼도 없었다. 누가 '돈 얼마 줄테니 네 아버지를 위해서 한강에 뛰어들래?' 물으면 난 콧방귀를 뀌었을 것이다. 심청이랑 나는 그만큼이나 달랐다. 내 몸 하나 구겨넣기도 버거운 좁은 집. 그 안의 알코올 중독자 한 명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