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ASH 혹시 백현아. 응. 혹시라도, 혹시라도 백현아. …응. 어느 날 우주가 멈춘다면, ……. 나는 널 찾을 수 있을까? * * * "안 돼. 나 공부해야 돼. 내일 시험 끝나고 가자." "아, 한 시간만. 응?" "공부해라 세훈아." "가지마! 야! 박찬열!" 애들이 다 너 쳐다본다, 세훈아. 자꾸만 피씨방에 가자며 날 꼬시는 세훈이를 매몰차게 버려두고는 집으로 걸었다. 뒤에서 아 한 시간마안!!! 박찬열!!! 소리치는 세훈이의 목소리가 귓전에 쩌렁쩌렁 울렸지만 지금은 그걸 들어줄 때가 아니었다. 평소같았으면 가주겠는데 시험 전 날은 좀 아니지 않냐. 명색이 고3인데 교과서는 한 번 펼쳐봐야지. 나름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던 터라 성적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라. 뭐, 그래서 ..
Written by. ASH 대한민국의 고3이라 하면 역시 사람인 듯 사람 아닌, 그저 공부하는 기계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나 할까. 잠 줄여가며 문제집에 밑줄을 긋는가 하면, 쉬지도 않고 수학 문제를 풀어내린다. 또 가끔은 생각없이 노는 아이들을 보며 '그래서 4년제는 가겠냐.' 따위의 오지랖 넓은 걱정을 던지기도 한다. 내 짝지가 딱 그러했다. "찬열이 넌 공부 안 해?" "어." "왜?" "안 하는 게 적성에 맞더라고." 걱정하는척 질문을 던지지만 그 질문에 한심함이 담겨있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처음에는 구구절절 변명하려 애썼는데 이제는 한심함으로 답해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걸 깨달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뭐 그런 이치다. 내 대답에 짝지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너 같은 범생..
[백첸] 감기 *종인이 18살/종대 19살/백현이 20살. Written by. Ash "형 일어나. 학교 가야지." "…몇 신데." "너 상태 왜 그래." "감기인 것 같기도…." "열 봐. 목은 어때. " 평소에는 잘만 떠지던 눈이 철근처럼 무거운 것도, 그 시끄러운 알람소리 (종인이가 직접 녹음해준 일어나 이 잠만보야!!!) 를 못 들은 것도 이상하긴 했다. 나를 깨우러 들어와 형 일어나. 학교 가야지. 하던 종인이가 몇 신데. 하는 내 목소리를 듣고 표정을 굳히며 너 상태 왜 그래. 한다. 내가 어떻게 아냐. 하지만 일단 유력한 후보는 감기이니 감기인 것 같기도…하며 앓는 소리를 내자 내 이마를 짚어보며 열 봐. 목은 ..
[백열] 취중진담 Written by. ASH "내일 변백현 선배 환영회 한다며? 한국엔 언제 왔대?" "이틀 전. 이번에 복학도 한대." "그 선배도 대단하다. 간다는 말도 없이 1년을 날라버리네." "야. 찬열이 넌 선배랑 친했잖아. 너한테도 말 없었어?" "어? 어…." 찬열의 대답을 들은 연주가 그렇게 매정한 선배 또 없다며 말을 이어갔다. 찬열은 연주의 말에 그냥 작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학교에는 변백현 선배의 복학 소식이 전해졌다. 학교에서 인기많고 재미있는 선배였는데 일년전 말없이 외국으로 떠버리는 바람에 큰 이슈거리로 떠올랐다. 그 이후에도 변백현 선배의 이야기는 한참동안이나 이어졌다. 대부분 어떻게 말도 없이 가느냐 따위의 내용이었다. 그러게. 어떻게 아무런 말도 없이 가버릴 수가 있냐...
[슈첸] 나도 너를 Written by. Ash "김종대는 교무실로 따라오고. 종례는 여기까지." "네? 저 잘못한 거 없는…." "조용히 해. 반장 인사." 차렷. 선생님께 경례. 안녕히가세요는 짜증남. 왜 나만 부르냐고! 조용히 하라는 말 만을 남겨둔 채 매정하게 나가버린 민석 쌤의 뒷모습이 오늘도! 짜증난다. 그 말은 나만 교무실로 불러낸 게 한 두 번이 아니란 말이지! 웃긴 건 교무실로 가도 특별한 일은 없고 주구장창 마주보고 앉아서 상담만 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어머니는 잘 계시니? 따위의 질문. 저기여. 제가 고3도 아니고 하루에 한 번 꼴로 상담이라니. 선생님 저 미워하시죠? 싫으면 말로 하시라구요. 아, 말로 하시는구나. 의자를 지익 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 끄는 소리에 아이들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