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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열] 취중진담

Mermaid me 2016. 10. 15. 22:01
[백열] 취중진담


Written by. ASH









"내일 변백현 선배 환영회 한다며? 한국엔 언제 왔대?"
"이틀 전. 이번에 복학도 한대."
"그 선배도 대단하다. 간다는 말도 없이 1년을 날라버리네."
"야. 찬열이 넌 선배랑 친했잖아. 너한테도 말 없었어?"
"어? 어…."







찬열의 대답을 들은 연주가 그렇게 매정한 선배 또 없다며 말을 이어갔다. 찬열은 연주의 말에 그냥 작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학교에는 변백현 선배의 복학 소식이 전해졌다. 학교에서 인기많고 재미있는 선배였는데 일년전 말없이 외국으로 떠버리는 바람에 큰 이슈거리로 떠올랐다. 그 이후에도 변백현 선배의 이야기는 한참동안이나 이어졌다. 대부분 어떻게 말도 없이 가느냐 따위의 내용이었다. 그러게. 어떻게 아무런 말도 없이 가버릴 수가 있냐. …사람 마음 불편하게. 찬열은 제 앞에 놓인 소주를 입에 털어넣으며 백현이 제게 고백해오던 1년전 그 날을 떠올렸다.







'찬열아.'
'…선배. 선배 취했어요.'
'좋아해.'







대답이라도 해줄걸. 1년전 그날. 찬열은 백현의 고백을 듣고 아무런 답도 없이 그 자리를 떴었다. 싫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당황스러움에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행동이었다.







그때의 난 왜 그냥 나와버렸을까. …무너져내리는 선배를 잡아줄 생각도 못 하고.







"찬열아. 너도 선배 환영회 올 거야?"
"어…. 아니. 난 약속 있어서."
"아아. 그렇구나. 선배 아쉬워하시겠다. 선배가 너 엄청 아꼈잖아."
"아, 응. 그랬지."







변백현 선배가 뭘 하고 살았는지 왜 떠나버렸는지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찬열은 백현이 없었던 1년을 똑똑히 기억한다.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백번도 더 궁금해했다. 떠나버린 게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어 죄책감을 느끼기까지 했다. 사실, 자신 때문이 맞을 것이다. 내가 선배의 고백을 받아줬더라면, 선배는 한국을 떠나지 않았을까?











* * *











"이모. 소주 세병이요."








찬열은 혼자서 포장마차를 찾았다. 안주와 소주를 시켜놓고는 멍하니 페이스북을 켰다. 아직 환영회는 시작하지 않았는지 올라오는 사진은 없었다. 재미없다. 생각하고는 폰을 주머니속에 쑤셔넣었다. 오늘은 변백현 선배의 환영회가 있는 날이었다. 염치없이 그곳에 나갈 자신은 없을 뿐더러 변백현 선배를 마주할 자신은 더더욱 없었다. 차라리 위가 망가질 때까지 혼자 마시는 게 낫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자리에 가는 건 오바다 이거다. 선배가 날 반가워할 것 같지도 않고….








"열이 무슨일 있어? 왜 혼자 이만큼이나 시켜. 난제 누구 와?"
"아뇨. 그냥 혼자 마실라고요. 이모도 한 잔 할래요?"
"됐어. 난 일해야제. 필요한 거 있음 불러잉?"
"네. 알았어요."









자주 찾는 포장마차라 주인 이모와도 말문을 텄다. 소주와 안주를 테이블 위로 내려놓은 이모가 안주 하나를 콕 찍어 찬열의 입으로 넣어주며 걱정스런 말들을 꺼낸다. 그에 살갑게 답해준 찬열이 주방 안으로 들어가는 이모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소주 뚜껑을 땄다. 꼴꼴꼴 소리를 내는 소주가 소주잔에 가득 담긴다.







찬열은 말 없이 소주 한 병을 단숨에 비웠다. 아, 취한다. 평소에는 소주 두 병까지 거뜬했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빨리 취하는 지 모르겠다. 하지만 취하려고 먹는데 뭐 상관있나 싶어 또 소주잔에 소주를 따르는데 낮선 손이 제 손에 들린 소주병을 뺏어간다. 그리고는 자신의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당황스러운 표정을 하다 고개를 돌려 확인한 그 사람은…1년만에 보는 변백현 선배였다.







"약속 있다며."
"…안녕하세요."
"왜. 나 꼴도 보기 싫었어?"
"…선배."
"같이 마시자. 이모! 여기 잔 하나만 더요!"







이게…. 무슨 상황이지. 자리를 잡고 앉은 변백현 선배는 곧 이모가 내온 잔에 소주를 따르더니 금세 제 입에 털어넣었다. 조금 길어진 머리에 그대로인 얼굴. 자주입던 스타일인 흰티에 가디건 그 모습 그대로. 선배는 어째…하나도 안 변했네요. 찬열은 하고싶은 말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입술을 꾹 물어가며 참았다. 한 마디 꺼냈다가는 어디까지 꺼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 환영회는 어쩌고 왔는지 궁금하지?"
"네?"
"안 갔어. 너 없다길래."
"……."
"나 어디 갔었는지 안 궁금해?"
"…외국에 계셨잖아요."
"그러니까 외국 어디. 뭐 하고 살았는지 그런 건 안 궁금해?"







찬열은 계속해서 말 걸어오는 백현을 가느다란 손가락을 가만히 바라보다 백현의 손에서 소주병을 뺏어왔다. 이미 취기가 오르긴 했다만 여기서 더 취해야 마주보고 술을 마시든 뭐가 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백현의 시선이 너무 뜨겁기도 했고.







"나 아팠어 찬열아. 치료겸 요양하려고 잠깐 나가있었어."
"…아팠다고요?"
"아직도 나 싫어해?"
"아뇨. 아니, 이게 아니라. 어디가 아팠는데요?"
"다 나았어. 멀쩡해."
"술 마시지 마요."
"왜? 나 괜찮아."
"아, 그게, 제가. 제가 다 마실 거예요."







생각보다 변백현 선배는 더…. 아픈 사람인 것 같았다. 몸도, 마음도. 차마 걱정한다고 말 할 수는 없었으니 이렇게라도 술을 못 마시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찬열이다. 새 소주병까지 뜯은 찬열이 백현은 손도 못 대도록 빨리 술을 털어넣었다. 깜짝 놀란 백현이 찬열을 말리려 했지만 두 손으로 병을 쥐고 마시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잠시 멍때리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소주병이 텅 빈 후였다. 당연하게도 찬열은 잔뜩 취해 쓰린 속을 부여잡았다. 한가지 문제가 더 있다면, 정신줄을 놓아버린 찬열이 너무 귀엽게도 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선배는, 후…. 제가,"
"응."
"선배를, 으응, 간지러워요."







백현은 손을 뻗어 찬열의 뒷목을 만지작댔다. 찬열이 간지러움에 고개를 이리저리 비틀었지만 백현은 손을 옮겨 이번에는 찬열의 귀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손 끝으로 찬열의 귓볼을 꼭꼭 쥐었다. 1년이 지나도 고쳐지지 않는 습관이었다.








"계속 말해봐."
"좋아하고 있다는 거 모르실 거예요…."
"…뭐?"
"예전에도 좋아했던 거 모르셨잖아요…."
"찬열아. 형 봐봐. 뭐라고?"
"좋아한다고요 저도…."










백현은 견딜 수 없는 사랑스러움에 손으로 눈을 가리고 푸흐- 하고 웃었다. 비록 돌고돌아 어정쩡하게 만나버렸지만 찬열이 저를 좋아한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뭐,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박찬열 좋아하는 걸 그만둘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지만. 변백현의 박찬열 사랑이 어디 가겠냐, 이 말이다.











+) 짧고 못 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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