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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열] 무설탕.prologue

Mermaid me 2017. 2. 5. 23:39
Written by. ASH

대한민국의 고3이라 하면 역시 사람인 듯 사람 아닌, 그저 공부하는 기계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나 할까. 잠 줄여가며 문제집에 밑줄을 긋는가 하면, 쉬지도 않고 수학 문제를 풀어내린다. 또 가끔은 생각없이 노는 아이들을 보며 '그래서 4년제는 가겠냐.' 따위의 오지랖 넓은 걱정을 던지기도 한다. 내 짝지가 딱 그러했다.

"찬열이 넌 공부 안 해?"
"어."
"왜?"
"안 하는 게 적성에 맞더라고."

걱정하는척 질문을 던지지만 그 질문에 한심함이 담겨있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처음에는 구구절절 변명하려 애썼는데 이제는 한심함으로 답해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걸 깨달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뭐 그런 이치다. 내 대답에 짝지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너 같은 범생이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 못 할 거다. 고3된 도리로 수능특강 한 번 펼쳐볼 것이지 소모적인 인터넷 채팅만 하고 있는 내가 한심해 보이는 게 당연할 테고. 내 짝지는 내 걱정에 흥미가 떨어졌는지 고개를 돌려 다시 문제를 풀어나간다. 알아볼 수 없는 공식들이 연습장 한 쪽을 가득 채웠다. 나는 그것을 잠시 내려다보다 내 휴대폰에 시선을 두었다. 읽지 않은 메세지들이 가득했다.

-[오늘 만나고 싶은데.]

대부분 3, 40대 아저씨들의 메세지다. 사실 공부 안 하는 이유가 따로있는 건 아니다. 누구나 그렇듯 공부 안 하고 노는 게 적성에 맞는 건 사실이다. 한 때는 나도 내 앞날 걱정을 더러 했더란다. 그럼에도 공부 안 하고 이렇게 인생 끝난 듯이 사는 이유는 굳이 공부를 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지장없는 돈벌이 수단이 내겐 있기 때문이었다.

또래 컴컴한 남고생들과 달리 눈에 띄게 예쁜 나는 아저씨들한테 몸을 판다. 한 3년 됐나. 이제 이 바닥에서 날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있으면 간첩이거나 헤테로 기질이 존나 쎈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학교앞 5시. 입금 확실히 해주시는 거 알죠?]

한 번에 30만원. 하드한 플레이는 50만원. 섹스해주면 돈을 받는다. 섹스 하고 돈도 벌고 1석 2조다. 순결 그딴 거 일찌감치 잃어버렸고 지키고 싶지도 않아서 고1 때부터 몸을 팔기 시작했다. 반응은 끝내줬다. 험하게 다뤄도 울지 않고 임신 걱정도 없고 게다가 예쁘기까지 하며 끼도 잘 떠는 나는 순식간에 아저씨들의 눈에 들었다. 어떤 아저씨가 그러던데, 난 섹스하기 위해 태어났단다. 난 그걸 듣고 코웃음쳤었다. 지랄하네. 나도 사랑받기위해 태어났어. 하고 대답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아냈다. 쨋든 그만큼 섹스를 잘 한다는 뜻이겠지. 괜히 뿌듯하네.

쓸 데 없는 생각을 하다 창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 지루해라. 쓸모도 없는 수업은 대체 언제 끝난데. 얼른 섹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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