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ASH 어릴 적 내 주위 사람들은 나보고 효자라고 했다. 손목에 검정색 봉지를 걸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 볼 때마다 심청이도 울고 갈 효자라며 나를 칭찬했다. 어머~ 우리 찬열이 심부름하니~? 어쩜 이렇게 착할까~ 나는 그 칭찬들에 어색한 웃음으로 일관했다. 내 상황이 어떠한 지 하나도 알지 못 하면서 깔깔대는 것이 역겨웠다. 심청이. 뭐, 좋다. 근데 심청이랑 나는 마음 먹은 것부터 달랐다. 걘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졌지만, 난 그럴 생각이 병아리 눈물 만큼도 없었다. 누가 '돈 얼마 줄테니 네 아버지를 위해서 한강에 뛰어들래?' 물으면 난 콧방귀를 뀌었을 것이다. 심청이랑 나는 그만큼이나 달랐다. 내 몸 하나 구겨넣기도 버거운 좁은 집. 그 안의 알코올 중독자 한 명과 나..
Written by. ASH 혹시 백현아. 응. 혹시라도, 혹시라도 백현아. …응. 어느 날 우주가 멈춘다면, ……. 나는 널 찾을 수 있을까? * * * "안 돼. 나 공부해야 돼. 내일 시험 끝나고 가자." "아, 한 시간만. 응?" "공부해라 세훈아." "가지마! 야! 박찬열!" 애들이 다 너 쳐다본다, 세훈아. 자꾸만 피씨방에 가자며 날 꼬시는 세훈이를 매몰차게 버려두고는 집으로 걸었다. 뒤에서 아 한 시간마안!!! 박찬열!!! 소리치는 세훈이의 목소리가 귓전에 쩌렁쩌렁 울렸지만 지금은 그걸 들어줄 때가 아니었다. 평소같았으면 가주겠는데 시험 전 날은 좀 아니지 않냐. 명색이 고3인데 교과서는 한 번 펼쳐봐야지. 나름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던 터라 성적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라. 뭐, 그래서 ..
Written by. ASH 대한민국의 고3이라 하면 역시 사람인 듯 사람 아닌, 그저 공부하는 기계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나 할까. 잠 줄여가며 문제집에 밑줄을 긋는가 하면, 쉬지도 않고 수학 문제를 풀어내린다. 또 가끔은 생각없이 노는 아이들을 보며 '그래서 4년제는 가겠냐.' 따위의 오지랖 넓은 걱정을 던지기도 한다. 내 짝지가 딱 그러했다. "찬열이 넌 공부 안 해?" "어." "왜?" "안 하는 게 적성에 맞더라고." 걱정하는척 질문을 던지지만 그 질문에 한심함이 담겨있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처음에는 구구절절 변명하려 애썼는데 이제는 한심함으로 답해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걸 깨달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뭐 그런 이치다. 내 대답에 짝지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너 같은 범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