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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첸] 나도 너를
Written by. Ash
"김종대는 교무실로 따라오고. 종례는 여기까지."
"네? 저 잘못한 거 없는…."
"조용히 해. 반장 인사."
차렷. 선생님께 경례. 안녕히가세요는 짜증남. 왜 나만 부르냐고! 조용히 하라는 말 만을 남겨둔 채 매정하게 나가버린 민석 쌤의 뒷모습이 오늘도! 짜증난다. 그 말은 나만 교무실로 불러낸 게 한 두 번이 아니란 말이지! 웃긴 건 교무실로 가도 특별한 일은 없고 주구장창 마주보고 앉아서 상담만 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어머니는 잘 계시니? 따위의 질문. 저기여. 제가 고3도 아니고 하루에 한 번 꼴로 상담이라니. 선생님 저 미워하시죠? 싫으면 말로 하시라구요. 아, 말로 하시는구나. 의자를 지익 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 끄는 소리에 아이들의 말소리와 나의 불평이 섞여 시끄러움을 만들어냈다. 야. 조용히 해라? 괜히 백현이에게 한 마디 던져놓고 복도로 나와 쿵쾅거리며 교무실로 발을 옮겼다. 교무실로 가는 내내 아이들이 나를 보고 수근댔다. 쟤 왜 저래? 몰라. 무서워…. 아, 짜증나! 풀리는게 없는 날이었다. 어쩐지 몇 일 전에 새로 산 초콜렛 통이 없어졌더라니.
"왜 부르셨어요."
"앉아."
"쌤. 솔직히 말해주세요. 저 싫어하시죠?"
"뭐?"
터덜터덜 교무실에 도착해 교무실 안쪽에 자리잡은 민석 쌤에게 다가가 왜 부르셨어요. 하자 선생님은 앉아. 하신다. 앉으라고? 얼마나 길게 얘기 하시려고? 또 상담이야? 이건 날 싫어하는 게 틀림없다. 이건 말을 안 할 수가 없네. 그리고 참다참다 내뱉은 저 싫어하시죠? 라는 내 말이 선생님은 못내 웃겼나보다. 선생님은 뭐? 하시더니 눈꼬리에 눈물까지 매달고는 웃으신다. 아니 이 선생님 보소? 사람 불러놓고 웃기만 하시다니? 이거 안될 쌤일세. 잘생겨서 이때까지 참고 있었다만.
"내가 널 싫어하는 것 처럼 보여?"
"네. 백퍼센트 싫어하시죠."
"어. 싫어해."
단호하셔. 단호박인줄! 어. 싫어해. 하는 민석 쌤이 순간 단호박으로 보일 정도로 민석 쌤은 단호했다. 나 당황했어요. 를 얼굴에 써 붙이고 선생님 옆에 놓여져있던 의자에 털썩 앉았다. 싫어하시죠. 하면 아닌데? 라는 답이 돌아와야 하는 거 아닌가? 그건 인사치레라도 정해져 있는 답 아닌가? 아니 선생 양반. 이야기라도 들어봅시다. 도대체 나를 싫어하는 이유가 뭐요?
"제가 왜 싫으신데요?"
"너,"
네, 저요. 민석 쌤은 너. 하시더니 갑자기 선생님 개인 캐비넷에서 쇼핑백 하나를 꺼내신다. 그리고 쇼핑백을 뒤적이더니 무언갈 주섬주섬 꺼내는 듯했다. 말을 하다말고 갑자기 뭐하는 건지 궁금했다. 그리고 쇼핑백에서 꺼낸 물건은…. 음? 초콜렛? 그리고 칫솔? 잠깐 이번엔 또 뭐…. 립밤?
"네가 초콜렛 많이 먹는 거 싫으니까 내가 사준 것만 먹고."
"에…?"
"너 이 썩는 거 싫으니까 이걸로 양치 하고."
"......."
"네 입술 튼 거 보기 싫으니까 이 립밤 써."
당황했다. 당황 정도가 아니라 놀라고 말문도 막혔다. 이 쌤이 왜 이래? 원래 나한테 관심 많이 쓰는 건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근데 내가 그렇게 초콜렛을 많이 먹나. 아닌데. 나 요즘 하루에 허쉬 한 개씩만 먹는데. 그게 문제가 아닌가? 먹는 게 문젠가? 잠깐만 나 정신차려.
"근데,"
"……."
"다 싫은데,"
"......"
"넌 왜 이렇게 좋냐."
아까 당황한 건 당황도 아니다. 뭐요 선생 양반? 넌 왜 이렇게 좋냐. 하는 목소리가 진심인 것 같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교무실 안을 휘 둘러봤다. 종례가 끝난지 얼마 안돼서인지 선생님들이 별로 없었지만 모든 사람이 민석 쌤이 한 말을 들었을 것만 같아 내가 다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들은 사람 없죠?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면서 괜히 내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이다.
"쌤. 정신 차려요."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마라? 나 진심이다?"
"쌤 행동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장난같거든요?"
쌤의 행동이 장난같다는 내 말에 민석 쌤은 흐음…. 하는 소리를 내더니 나에게 고개를 가까이 해보라는 제스쳐를 취한다. 뭐요. 이번엔 얼마나 인터레스팅하고 익싸이팅한 이야기를 하시려고?! 이번엔 또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함에 고개를 쭉 들이밀면 나와 같이 얼굴을 가까이 하는 선생님이 보인다.
쪽-
…이 미친 선생.
"아, 그리고 네 책상에 있던 초콜렛."
"......"
"압수."
나도 너를
"쫌…. 아으…."
"이게 아주 죽으려고 진짜."
"내가 잘못했냐고!"
헙.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눈을 세모꼴로 뜬 민석 쌤이 내 머리를 콩-하고 때렸다. 악! 학생한테 이러기 있기? 없기? 민석 쌤이 때린 머리에 손을 가져다대 문지르며 입을 쭉 내밀었다. 삐졌어요. 의 간접적인 표현이었다. 뭐, 그래봤자 내 앞에 앉은 이 선생은 하나도 신경쓰는 것 같지 않았지만.
"말."
"죄송해요…."
"다시는 싸우지마."
싸웠다. 그래서 다친 얼굴을 치료받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아, 심하게 다친 건 아니고. 왜 싸웠냐고 묻는다면 사실상 민석 쌤 때문이라고 말 할 이유가 된다. 그것도 왜냐고 묻는다면, 싸울 때의 상황은 이러했다.
'너 민석 쌤이랑 사귀냐?'
'뭔 소리야, 비켜.'
'원조교제?'
'......'
'민석 쌤이 잘 해주나봐? 응?'
급식실에서 밥을 먹고 반으로 올라가는 길에, 딱 봐도 나 놀아요-. 하는 이르진 년 하나가 내 앞을 떡 하니 가로 막고 있었다. 그래, 저기까진 참았다. 사실 민석 쌤과 나는 그때 교무실에서의 그 일 이후 알게 모르게 '썸' 이라는 것을 타고 있었고 조금, 아주 조금 티나게 붙어다니기도 했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민석 쌤 돈 많아?'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그냥. 하루 자는 데 얼마인가 싶어서.'
'야. 나 한 대만 때려봐라.'
'미친 거 아니야 이거.'
'때려. 뭘 보기만 해.'
못 참겠다 싶었다. 얼굴은 이쁘장하게 생겨서 그렇게 더럽디 더러운 단어를 입에 담다니. 그리고 그 이르진 년이 피식 웃더니 내 얼굴에 죽빵을 날린걸로 기억한다. 아프긴 엄청 아팠지. 이대로 죽는 건가 싶었으니까. 내가 먼저 때리라고 했지만 그건 진짜 아프더라.
'니가 나 먼저 때린 거야.'
'근데.'
'난 정당방위야.'
비린맛이 입 안에서 느껴졌지만 상관없었다. 발을 들어 이르진년 정강이를 꾹 눌렀다. 그러자 이르진 년은 꼴사나운 모습으로 복도에 엎어졌다. 재미있네. 나는 영화에 나오는 악당 역할처럼 낄낄 웃으며 다리를 밟았다. 지나가는 누군가가 봤다면 미쳤다고 할 정도로 웃은듯 하다. 왜 그렇게 웃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갑자기 무언가에 홀려서 웃은 것 같다. 아마도 복수의 화신이라거나 분노의 신?
'까딱하면 부러진다.'
'안 치워?!'
'말이 뇌를 안 거치냐? 뇌 없냐?'
발을 치우고 이르진 년을 잡아 일으키려하는 찰나. 그 이르진 년이 내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그리고는 내 위에 올라타 웃음을 지으며 재미있다는 듯이 내 이마를 꾹 누른다. 아픈 것보다 쪽팔려서 눈물이났다. 씨바아…. 니가 뭔데 내 이마 건드리는데!
'창년이.'
'뭐?'
'니가 뭔데 민석 쌤이랑!'
'거기 그만 못 둬?!'
그 상황에 생각지도 못한 민석 쌤이 나타나 나와 이르진 년을 떼놓았다. 그때는 민석 쌤이고 뭐고 화가 많이 나서 이르진 년의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었었다. 이르진 년도 화가 났는지 내 머리를 잡아당겼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두피가 뜯겨나가는 아픔이었다.
'손 떼! 안 떼?!'
그렇게 민석 쌤은 말리고 우린 싸우고 개판도 그런 개판이 없었다. 그리고 결국 민석 쌤이 우리를 떼어놓음으로써 싸움은 끝이났다. 준면쌤은 이르진 년 담임 쌤에게 이르진 년을 맡기고 나를 끝고 보건실로 왔다. 보건실로 가는길 내내 혼날 것 같아 온몸에 피가 사라지는 듯했다. 그리고 보건실에 갔을 때는 보건선생님의 부재로 나도 당황. 민석 쌤도 당황. 그래서 결국 민석 쌤이 나를 치료해주고 있다. 대충 내가 싸웠을 때 상황은 이랬던 것 같다.
"왜 싸웠어."
"안 물으면 안 돼요?"
"말해. 선생님 화났어."
"말 안 할래."
조금은 반항적인 내 말에 민석 쌤은 살짝 인상을 찡그리더니 내 입께의 상처를 꾹 누른다. 아악! 거짓말 조금 보태서 불에 타는 듯한 고통에 민석 쌤의 손을 쳐내고 쌤을 째려보자 쌤은 내 두 손목을 잡고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긴다. 어어? 잠깐만! 균형을 잡지 못 하고 민석 쌤 쪽으로 그대로 쓰러져 쌤의 품에 기댄꼴이 되어버렸다. 헙, 이 자세 위험합니다!
"이래도 말 안해?"
"쌤 때문이에요…."
이래도 말 안해? 하는 민석 쌤에게 쌤 때문이에요…. 말꼬리를 늘이며 민석 쌤에게서 빠져나오려 손목을 이리저리 꺾었다. 자신 때문이라는 내 말에 쌤은 인상을 쓰는듯 하더니 한숨을 내쉰다. 괜시리 무거워진 분위기에 아무말도 하지 못 하고 있으면 준면쌤은 다시금 조심스러운 손길로 날 똑바로 앉히고는 내 상처에 솜을 톡톡 가져다댄다. 조금씩 인상을 쓰면 더 조금씩 조심스러워지는 손길에 왜인지 모르게 가슴께가 간질간질했다.
"나 때문에 싸웠어?"
"그런 건 아닌데…."
"나 때문에 너 다친 거야?"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언뜻 쌤의 목소리에 물기가 서려있는 것 같아 쌤 때문에 다친 것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니기도 했고. 그리고 쌤은 치료가 끝났는지 구급상자를 정리하더니 손을 씻고와 다시 내 앞에 앉는다. 둘만 있어서 안 그래도 어색한 보건실은 나를 너무 힘들게했다. 으앙! 짜증나!
"나 때문에 싸우지 마."
"……."
"나 때문에 다치는 건 더 하지 마."
"……."
"싫으면, 내가 책임질 테니까."
"……."
"나랑 만나."
나도 너를
"김종대 상담실로. 반장 인사."
"차렷. 선생님께 경례."
이제는 익숙하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상담실로 향했다. 상담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왜냐고? 쌤이 날 싫어해서 부르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젠 알거든. 상담실로 향하는 길에 자신을 향한 학생들의 인사를 받아주면서도 뒤를 돌아 나를 힐끔거리는 민석 쌤이 너무 귀엽다. 왜요. 시야에 내가 없으니까 불안해요?
"들어와."
"분부대로-."
"조심!"
"으악!"
상담실로 들어가려 발을 옮기는 순간 문턱에 걸려 앞으로 기우뚱 해버렸다. 으악! 괴상한 소리를 내며 앞으로 엎어지는 나를 받아낸 것은 쌤이었다. 오, 나이스 캐치 선생님.
"코깰 일 있어?"
"한번 깨봐야할 듯…."
"말을 해도 참."
짐짓 무서운 표정을 지어보인 쌤이 나를 바로 세우고 상담실 안으로 나를 이끌었다. 이제는 우리의 공식적인 데이트 장소가 되어버린 상담실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핑크빛 기류로 가득차버렸다. 상담실만 오면 소년이 되는 느낌!
"학교 일 힘든 건 없어?"
"쌤만 있으면 모든 게 완벽 그 자체죠."
"에, 가식."
"아씨, 안 들킬 수 있었는데."
이제는 이런 장난까지 치는 편한사이가 되어버렸다. 원조교제냐며 사회의 질타를 받아도 상관없다. 진짜 쌤만 있다면 완벽 그 자체니까.
"야."
"왜요."
"아니…그냥…."
"……."
"사랑한다고…."
쌤 그거 알아요?
"나도."
Written by. Ash
"김종대는 교무실로 따라오고. 종례는 여기까지."
"네? 저 잘못한 거 없는…."
"조용히 해. 반장 인사."
차렷. 선생님께 경례. 안녕히가세요는 짜증남. 왜 나만 부르냐고! 조용히 하라는 말 만을 남겨둔 채 매정하게 나가버린 민석 쌤의 뒷모습이 오늘도! 짜증난다. 그 말은 나만 교무실로 불러낸 게 한 두 번이 아니란 말이지! 웃긴 건 교무실로 가도 특별한 일은 없고 주구장창 마주보고 앉아서 상담만 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어머니는 잘 계시니? 따위의 질문. 저기여. 제가 고3도 아니고 하루에 한 번 꼴로 상담이라니. 선생님 저 미워하시죠? 싫으면 말로 하시라구요. 아, 말로 하시는구나. 의자를 지익 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 끄는 소리에 아이들의 말소리와 나의 불평이 섞여 시끄러움을 만들어냈다. 야. 조용히 해라? 괜히 백현이에게 한 마디 던져놓고 복도로 나와 쿵쾅거리며 교무실로 발을 옮겼다. 교무실로 가는 내내 아이들이 나를 보고 수근댔다. 쟤 왜 저래? 몰라. 무서워…. 아, 짜증나! 풀리는게 없는 날이었다. 어쩐지 몇 일 전에 새로 산 초콜렛 통이 없어졌더라니.
"왜 부르셨어요."
"앉아."
"쌤. 솔직히 말해주세요. 저 싫어하시죠?"
"뭐?"
터덜터덜 교무실에 도착해 교무실 안쪽에 자리잡은 민석 쌤에게 다가가 왜 부르셨어요. 하자 선생님은 앉아. 하신다. 앉으라고? 얼마나 길게 얘기 하시려고? 또 상담이야? 이건 날 싫어하는 게 틀림없다. 이건 말을 안 할 수가 없네. 그리고 참다참다 내뱉은 저 싫어하시죠? 라는 내 말이 선생님은 못내 웃겼나보다. 선생님은 뭐? 하시더니 눈꼬리에 눈물까지 매달고는 웃으신다. 아니 이 선생님 보소? 사람 불러놓고 웃기만 하시다니? 이거 안될 쌤일세. 잘생겨서 이때까지 참고 있었다만.
"내가 널 싫어하는 것 처럼 보여?"
"네. 백퍼센트 싫어하시죠."
"어. 싫어해."
단호하셔. 단호박인줄! 어. 싫어해. 하는 민석 쌤이 순간 단호박으로 보일 정도로 민석 쌤은 단호했다. 나 당황했어요. 를 얼굴에 써 붙이고 선생님 옆에 놓여져있던 의자에 털썩 앉았다. 싫어하시죠. 하면 아닌데? 라는 답이 돌아와야 하는 거 아닌가? 그건 인사치레라도 정해져 있는 답 아닌가? 아니 선생 양반. 이야기라도 들어봅시다. 도대체 나를 싫어하는 이유가 뭐요?
"제가 왜 싫으신데요?"
"너,"
네, 저요. 민석 쌤은 너. 하시더니 갑자기 선생님 개인 캐비넷에서 쇼핑백 하나를 꺼내신다. 그리고 쇼핑백을 뒤적이더니 무언갈 주섬주섬 꺼내는 듯했다. 말을 하다말고 갑자기 뭐하는 건지 궁금했다. 그리고 쇼핑백에서 꺼낸 물건은…. 음? 초콜렛? 그리고 칫솔? 잠깐 이번엔 또 뭐…. 립밤?
"네가 초콜렛 많이 먹는 거 싫으니까 내가 사준 것만 먹고."
"에…?"
"너 이 썩는 거 싫으니까 이걸로 양치 하고."
"......."
"네 입술 튼 거 보기 싫으니까 이 립밤 써."
당황했다. 당황 정도가 아니라 놀라고 말문도 막혔다. 이 쌤이 왜 이래? 원래 나한테 관심 많이 쓰는 건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근데 내가 그렇게 초콜렛을 많이 먹나. 아닌데. 나 요즘 하루에 허쉬 한 개씩만 먹는데. 그게 문제가 아닌가? 먹는 게 문젠가? 잠깐만 나 정신차려.
"근데,"
"……."
"다 싫은데,"
"......"
"넌 왜 이렇게 좋냐."
아까 당황한 건 당황도 아니다. 뭐요 선생 양반? 넌 왜 이렇게 좋냐. 하는 목소리가 진심인 것 같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교무실 안을 휘 둘러봤다. 종례가 끝난지 얼마 안돼서인지 선생님들이 별로 없었지만 모든 사람이 민석 쌤이 한 말을 들었을 것만 같아 내가 다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들은 사람 없죠?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면서 괜히 내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이다.
"쌤. 정신 차려요."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마라? 나 진심이다?"
"쌤 행동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장난같거든요?"
쌤의 행동이 장난같다는 내 말에 민석 쌤은 흐음…. 하는 소리를 내더니 나에게 고개를 가까이 해보라는 제스쳐를 취한다. 뭐요. 이번엔 얼마나 인터레스팅하고 익싸이팅한 이야기를 하시려고?! 이번엔 또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함에 고개를 쭉 들이밀면 나와 같이 얼굴을 가까이 하는 선생님이 보인다.
쪽-
…이 미친 선생.
"아, 그리고 네 책상에 있던 초콜렛."
"......"
"압수."
나도 너를
"쫌…. 아으…."
"이게 아주 죽으려고 진짜."
"내가 잘못했냐고!"
헙.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눈을 세모꼴로 뜬 민석 쌤이 내 머리를 콩-하고 때렸다. 악! 학생한테 이러기 있기? 없기? 민석 쌤이 때린 머리에 손을 가져다대 문지르며 입을 쭉 내밀었다. 삐졌어요. 의 간접적인 표현이었다. 뭐, 그래봤자 내 앞에 앉은 이 선생은 하나도 신경쓰는 것 같지 않았지만.
"말."
"죄송해요…."
"다시는 싸우지마."
싸웠다. 그래서 다친 얼굴을 치료받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아, 심하게 다친 건 아니고. 왜 싸웠냐고 묻는다면 사실상 민석 쌤 때문이라고 말 할 이유가 된다. 그것도 왜냐고 묻는다면, 싸울 때의 상황은 이러했다.
'너 민석 쌤이랑 사귀냐?'
'뭔 소리야, 비켜.'
'원조교제?'
'......'
'민석 쌤이 잘 해주나봐? 응?'
급식실에서 밥을 먹고 반으로 올라가는 길에, 딱 봐도 나 놀아요-. 하는 이르진 년 하나가 내 앞을 떡 하니 가로 막고 있었다. 그래, 저기까진 참았다. 사실 민석 쌤과 나는 그때 교무실에서의 그 일 이후 알게 모르게 '썸' 이라는 것을 타고 있었고 조금, 아주 조금 티나게 붙어다니기도 했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민석 쌤 돈 많아?'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그냥. 하루 자는 데 얼마인가 싶어서.'
'야. 나 한 대만 때려봐라.'
'미친 거 아니야 이거.'
'때려. 뭘 보기만 해.'
못 참겠다 싶었다. 얼굴은 이쁘장하게 생겨서 그렇게 더럽디 더러운 단어를 입에 담다니. 그리고 그 이르진 년이 피식 웃더니 내 얼굴에 죽빵을 날린걸로 기억한다. 아프긴 엄청 아팠지. 이대로 죽는 건가 싶었으니까. 내가 먼저 때리라고 했지만 그건 진짜 아프더라.
'니가 나 먼저 때린 거야.'
'근데.'
'난 정당방위야.'
비린맛이 입 안에서 느껴졌지만 상관없었다. 발을 들어 이르진년 정강이를 꾹 눌렀다. 그러자 이르진 년은 꼴사나운 모습으로 복도에 엎어졌다. 재미있네. 나는 영화에 나오는 악당 역할처럼 낄낄 웃으며 다리를 밟았다. 지나가는 누군가가 봤다면 미쳤다고 할 정도로 웃은듯 하다. 왜 그렇게 웃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갑자기 무언가에 홀려서 웃은 것 같다. 아마도 복수의 화신이라거나 분노의 신?
'까딱하면 부러진다.'
'안 치워?!'
'말이 뇌를 안 거치냐? 뇌 없냐?'
발을 치우고 이르진 년을 잡아 일으키려하는 찰나. 그 이르진 년이 내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그리고는 내 위에 올라타 웃음을 지으며 재미있다는 듯이 내 이마를 꾹 누른다. 아픈 것보다 쪽팔려서 눈물이났다. 씨바아…. 니가 뭔데 내 이마 건드리는데!
'창년이.'
'뭐?'
'니가 뭔데 민석 쌤이랑!'
'거기 그만 못 둬?!'
그 상황에 생각지도 못한 민석 쌤이 나타나 나와 이르진 년을 떼놓았다. 그때는 민석 쌤이고 뭐고 화가 많이 나서 이르진 년의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었었다. 이르진 년도 화가 났는지 내 머리를 잡아당겼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두피가 뜯겨나가는 아픔이었다.
'손 떼! 안 떼?!'
그렇게 민석 쌤은 말리고 우린 싸우고 개판도 그런 개판이 없었다. 그리고 결국 민석 쌤이 우리를 떼어놓음으로써 싸움은 끝이났다. 준면쌤은 이르진 년 담임 쌤에게 이르진 년을 맡기고 나를 끝고 보건실로 왔다. 보건실로 가는길 내내 혼날 것 같아 온몸에 피가 사라지는 듯했다. 그리고 보건실에 갔을 때는 보건선생님의 부재로 나도 당황. 민석 쌤도 당황. 그래서 결국 민석 쌤이 나를 치료해주고 있다. 대충 내가 싸웠을 때 상황은 이랬던 것 같다.
"왜 싸웠어."
"안 물으면 안 돼요?"
"말해. 선생님 화났어."
"말 안 할래."
조금은 반항적인 내 말에 민석 쌤은 살짝 인상을 찡그리더니 내 입께의 상처를 꾹 누른다. 아악! 거짓말 조금 보태서 불에 타는 듯한 고통에 민석 쌤의 손을 쳐내고 쌤을 째려보자 쌤은 내 두 손목을 잡고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긴다. 어어? 잠깐만! 균형을 잡지 못 하고 민석 쌤 쪽으로 그대로 쓰러져 쌤의 품에 기댄꼴이 되어버렸다. 헙, 이 자세 위험합니다!
"이래도 말 안해?"
"쌤 때문이에요…."
이래도 말 안해? 하는 민석 쌤에게 쌤 때문이에요…. 말꼬리를 늘이며 민석 쌤에게서 빠져나오려 손목을 이리저리 꺾었다. 자신 때문이라는 내 말에 쌤은 인상을 쓰는듯 하더니 한숨을 내쉰다. 괜시리 무거워진 분위기에 아무말도 하지 못 하고 있으면 준면쌤은 다시금 조심스러운 손길로 날 똑바로 앉히고는 내 상처에 솜을 톡톡 가져다댄다. 조금씩 인상을 쓰면 더 조금씩 조심스러워지는 손길에 왜인지 모르게 가슴께가 간질간질했다.
"나 때문에 싸웠어?"
"그런 건 아닌데…."
"나 때문에 너 다친 거야?"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언뜻 쌤의 목소리에 물기가 서려있는 것 같아 쌤 때문에 다친 것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니기도 했고. 그리고 쌤은 치료가 끝났는지 구급상자를 정리하더니 손을 씻고와 다시 내 앞에 앉는다. 둘만 있어서 안 그래도 어색한 보건실은 나를 너무 힘들게했다. 으앙! 짜증나!
"나 때문에 싸우지 마."
"……."
"나 때문에 다치는 건 더 하지 마."
"……."
"싫으면, 내가 책임질 테니까."
"……."
"나랑 만나."
나도 너를
"김종대 상담실로. 반장 인사."
"차렷. 선생님께 경례."
이제는 익숙하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상담실로 향했다. 상담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왜냐고? 쌤이 날 싫어해서 부르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젠 알거든. 상담실로 향하는 길에 자신을 향한 학생들의 인사를 받아주면서도 뒤를 돌아 나를 힐끔거리는 민석 쌤이 너무 귀엽다. 왜요. 시야에 내가 없으니까 불안해요?
"들어와."
"분부대로-."
"조심!"
"으악!"
상담실로 들어가려 발을 옮기는 순간 문턱에 걸려 앞으로 기우뚱 해버렸다. 으악! 괴상한 소리를 내며 앞으로 엎어지는 나를 받아낸 것은 쌤이었다. 오, 나이스 캐치 선생님.
"코깰 일 있어?"
"한번 깨봐야할 듯…."
"말을 해도 참."
짐짓 무서운 표정을 지어보인 쌤이 나를 바로 세우고 상담실 안으로 나를 이끌었다. 이제는 우리의 공식적인 데이트 장소가 되어버린 상담실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핑크빛 기류로 가득차버렸다. 상담실만 오면 소년이 되는 느낌!
"학교 일 힘든 건 없어?"
"쌤만 있으면 모든 게 완벽 그 자체죠."
"에, 가식."
"아씨, 안 들킬 수 있었는데."
이제는 이런 장난까지 치는 편한사이가 되어버렸다. 원조교제냐며 사회의 질타를 받아도 상관없다. 진짜 쌤만 있다면 완벽 그 자체니까.
"야."
"왜요."
"아니…그냥…."
"……."
"사랑한다고…."
쌤 그거 알아요?
"나도."